겉만 보면 모릅니다
차가 사고 나서 들어오면 손님들은 대부분 겉만 봅니다. 본넷 맞고, 휀다(앞 펜더) 맞고, 라이트 붙고. 눈에 보기 좋으면 다 고쳐진 줄 아시는 거죠. 그런데 저는 손님한테 늘 말합니다. 요즘 차는 예민해서 앞에 조금만 세게 박아도 뼈대가 틀어진다고요.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에서부터, 뼈대에서부터 어긋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 공업사에서는 어떻게 하냐면, 본넷 위에다 맞추고 옆에 휀다 맞추고 반반 눈대중으로 맞춥니다. 자기들 보기에 대충 맞으면 끝이에요. 그건 말 그대로 비략적(대략적)인 겁니다. 실제로 뼈대가 몇 미리 틀어졌는지는 눈으로 절대 알 수 없습니다.
뼈대에는 기준이 있습니다
차에는 뼈대마다 '점'이 정해져 있습니다. 공장에서 처음 만들 때부터 이 점은 여기, 저 점은 저기, 구멍은 여기 있어야 한다는 기준 수치가 있어요. 국산차든 외제차든 다 마찬가지입니다. 사고가 나면 이 점들이 원래 자리에서 밀리거나 틀어지는데, 그걸 눈대중이 아니라 숫자로 확인해야 제대로 고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차를 올려놓고 먼저 수치부터 검증합니다. 틀어졌는지 안 틀어졌는지, 밀렸으면 어느 쪽으로 얼마나 밀렸는지를 봅니다. 뼈대 점에 기준을 대보고, 핀이 올라와서 원래 있어야 할 구멍과 맞는지를 확인하는 거예요. 구멍에 딱 맞으면 정상, 안 맞으면 그만큼 틀어진 겁니다. 바퀴가 안쪽을 때려서 뼈대가 밀려버린 경우도, 이렇게 봐야 어디가 얼마나 밀렸는지 정확히 나옵니다.
차체교정기로 바로잡습니다
경미한 사고면 당겨서 잡으면 되지만, 크게 틀어진 건 다릅니다. 저희는 뼈대 점에 봉(지지대)을 세우고, 밀린 부분을 당겨서 원래 구멍 위치에 맞춥니다. 이게 맞아야 끝나는 거예요. 이 작업을 해주는 장비가 차체교정기입니다. 이건 보통 아우디, BM, 벤츠, 포르쉐 같은 데나 하나씩 있는 장비인데, 광주 일반 공업사 중에는 저희 공장에 있습니다.
안 맞추면 센서가 오작동합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 요즘 차는 앞에 카메라, 레이더, 자율주행 센서가 잔뜩 달려 있습니다. 카메라가 앞을 봐서 인식해야 하는데, 사고로 뼈대가 틀어져 각도가 애매하게 어긋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센서를 아무리 수리해도 계속 오작동이 납니다. 뼈대가 안 맞았는데 센서만 고쳐봐야 자꾸 오답을 내는 거죠. 그런데 그 원인을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라이트 하나 교환해도 좌우가 맞는지, 상향이 맞는지 수치로 다 맞추고, 뜯었다 붙인 부분은 컴퓨터 코딩까지 해서 에러 코드가 뜨는지 안 뜨는지 확인합니다. 안 보이는 뼈대부터 제대로 세워놓고 나와야, 센서도 제자리를 찾습니다. 겉만 보기 좋게 내보내는 것과는 수리의 차원이 다른 겁니다. 좀 세게 사고 나셨다면, 겉만 보지 마시고 뼈대 수치부터 한번 확인받으시길 권합니다.